날씨 좋은 주말 골프장에 가면 종종 즐거움과 함께 짜증을 느끼게 된다.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골퍼들이 특히 그런 듯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룰과 관계 없이 기본 매너를 지키지 않아 뒷그룹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룰이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지키는 효과가 더 크고 항의를 하기에도 근거가 있어서 좋다.
PGA 등 영미 골프협회들이 합동으로 오랜만에 룰을 현대화했다. 새해부터 적용되는 규칙은 스피디한 경기 진행에 최우선적인 목적을 두었으며 지나치게 까다롭고 불합리한, 룰을 위한 룰도 많이 손을 봤다.
일반인 골퍼들에게 특히 관심이 가고 적용이 많이 될 수 있는 것들부터 소개해본다.
1. 공 찾는 시간 이제부턴 5분이 아니라 3분.
잘못 쳐서 풀숲에 들어갔거나 물가에 빠진 공 찾는 시간이 2분 줄어든다. 잃어버린 공은 어차피 5분이든 3분이든 찾기 어렵다. 대충 훑어보고 없으면 공 하나 드랖해서 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2. 공 치는 시간은 준비부터 40초 이내에.
아마추어 골퍼들은 지체없이 바로 치거나 한없이 꾸물거리는 두 부류로 나뉜다. 연습 스윙 서너번씩 하고 셋업 해서 치기까지 부동자세로 백만년 동안 서 있는 사람은 앞으로 루틴(늘 하는 반복 과정)을 수정해야만 한다. 주어진 시간이 40초이기 때문이다.
2. 공 드랖(Drop)은 어깨 높이에서 무릎 높이로.
TV에서 PGA 선수들 하는 것 보면 어깨 높이는 너무 높아 공이 떨어진 자리에서 멀리 굴러간다. 이제부턴 무릎 높이에서 떨어뜨려 가까이 서도록 한다.
3. 공 잃었을 때 티박스에서 다시 치지 않고 벌타 하나 더 먹고 잃어버린 근처에서 친다.
이것도 시간 단축을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Hazard Tee 라고 오래 전부터 만들어서 이 룰을 적용하고 있다. 드라이버 티샷이 잘못됐을 때 그 자리에서 다시 치지 않고 일단 앞으로 가서 치게 하기 위해 2 Stroke Penalty (2벌타) 규칙을 만든 것이다.
4. 준비된 사람부터 먼저 칠 수 있다.
이전에는 공 위치가 홀에서 멀리 있는 골퍼부터 쳐야 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는 다른 이들이 기다려야 했다. 이제부턴 누구라도 먼저 도착해 클럽 고르고 연습 스윙 마친 사람이 치면 된다. 이것은 퍼팅도 마찬가지다. 핀에 바짝 붙인 사람이 먼저 준비됐다면 그 사람이 먼저 펏할 수 있다.
5. 그린에서 깃대(Pin, Flagstick) 반드시 빼지 않아도 된다.
전에는 그린에 올라가면 그룹 중에 부지런하거나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언제나 먼저 깃대를 빼곤했다.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퍼팅하는 사람이 원할 때만 빼주거나 본인이 빼면 된다. 사실 깃대 때문에 안 들어가는 경우보다는 깃대 도움으로 공이 가까이서 멈추는 경우가 더 많다.
6. 그린 위 스파이크 자국 수리 허용.
볼 마크(볼이 그린에 떨어질 때 움푹 패인 자국)를 수리하듯이 골퍼들이 밟고 지나가 생긴 스파이크 자국이나 동물이 훼손한 곳도 수리할 수 있다.
7. 그린에서 실수로 공을 건드렸을 때는 벌타 없다.
논란 많았던 룰이 드디어 개정됐다. 라이를 바꾸려고 고의로 건드리지 않는 한 벌타 걱정할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아마츄어들은 대부분 바꿀생각도 하지 않는다.
8. 퍼팅 라인 밟아도 된다.
같이 치는 사람이 퍼팅을 하기 전에 그의 공과 홀을 잇는 선을 밟지 않으려고 껑충 건널 필요가 이제 없게 됐다. 일부러 밟을 필요는 없지만 어쩌다 밟게 되더라도 실례가 아니게 된 것이다.
9. 워터 해저드와 벙커 안 쓰레기 제거 허용
칠 수 있는 얕은 물 위나 쌘드 벙커 안에 있는 루쓰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 고정돼 있지 않거나 살아 있지 않은 돌, 나뭇잎, 똥 등 장애물) 는 제거하고 칠 수 있다. 이것은 당연한데 아마 이것을 핑계로 라이를 고칠 우려가 있어 금지됐었던 듯하다.
10. 벙커에서도 2벌타 먹고 나와서 칠 수 있다.
벙커 절벽에 공이 박혔다든지 해서 도저히 칠 수 없는 경우 타격불가(Unplayable) 선언을 해서 2벌타를 받고 벙커 밖에서 칠 수 있게 됐다. 여성들에게 특히 희소식이다.
11. 물과 모래에 클럽 접촉해도 벌타 없다.
예전에는 물(Water Hazard)이나 모래(Sand Bunker) 위에서는 연습 스윙을 하지 않아야 했다. 잘못하다 건드리면 벌타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부턴 그 자리에서 휘둘러봐도 된다.
12. 클럽 페이스에 따닥 두 번 맞고 나간 타구도 페널티 없다.
어쩌다 쇼옷게임할 때 공이 클럽 페이스를 두 번 스치고 가는 경우가 있다. Double-chip 이라고 하는데, 한국 골퍼들은 흔히 Two-touch 라고도 부르는 실타이다. 이것은 고의가 아니므로 당연히 이번 쉽고 합리적인 룰 개정에 포함돼 벌타가 없어졌다.
13. 라이 교체시 측정 단위는 인치 대신 클럽 전장.
공이 장애 지역(Hazard)에 들어갔거나 시설물에 방해를 받았을 때 라이를 대체하거나 교체(Relief)할 경우 그 길이를 종전엔 위치에 따라 20인치, 80인치 등으로 정해놨었는데 이제부턴 클럽(보통 드라이버) 전장으로 통일된다. 알기쉽게 하기 위해서다.
14. 골퍼의 합리적인 판단을 믿어준다.
라이 교체(Relief)시 지점, 거리, 선 등을 계산하고 재는 데 있어서 치는 사람의 판단을 믿는다. 그것이 비록 비디오 판독 결과 정확한 것이 아니었더라도 사후 벌타 같은 것이 없다. 그린 외 지역에서 공을 확인하거나 손상 정도를 점검할 때도 공을 들어올려 선언할 필요가 없다. 당신을 믿기 때문이다.
15, 거리측정기 사용할 수 있다.
Range Finder 라고 하는 외눈 망원경이나 시계형의 이 기구는 아마츄어들은 이미 많이 쓰고 있다. PGA 프로들이 쓰면 불법이었던 것이다. 에이시언 지역 프로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그것을 쓰는 모습이 TV에 보이기도 했다. Bushnell 에게 굿뉴스이다.
16. 페얼웨이 디벗 라이 옮기는 건 여전히 불허.
블행하게도, 오랜동안 규칙 개정 논란이 가장 많이 일어온 것 중 하나인 페얼웨이 디벗(Devot, 타격 후 골프 클럽에 의해 파인 곳) 안에 들어간 공을 그 옆 평평한 곳으로 옮기는 건 여전히 불법으로 남아 있게 됐다. 아마츄어들에게 이것은 한 타 이상을 좌우하는 치명적인 라이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이번 룰 개정은 골프를 모두가 보다 쉽게,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그 전통은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이뤄졌다. 라이 그대로, 콜스 그대로 치는 것이 골프의 전통 중 하나이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수 기자 jks@van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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